리뷰

[Late adopter]Canon GIII QL17

황팽 2008. 12. 27. 16:55
그 녀석은 목에는 항상 아주 작은 카메라 하나를 달랑 거리며 다녔다. 귀찮지 않냐고 물어보면 습관이 되서 괜찮다고 했다.  어렸을 때 사진은 모두 그 카메라로 아버지가 직접 찍었다고 한다. 사용하는데 불편하지 않냐고 물어보면 역시 습관이 되서 괜찮다라는 답변만 메아리로 돌아 올 뿐이다. 그 녀석과 그 카메라는 그랬었다.

사실 마음속으로 부러워 했다. 그 카메라가 부럽다기 보다는 그런 손때묻고 추억이 있는 물건이 부러웠고 그 물건을 지금도 정상적으로 사용 할 수 있다는 게 더 부러웠다. 우리 아버지는 사진도 안 찍으시고 뭐 하셨는지??
라는 귀여운 원망과 함께,,,,,

나와 비슷한 시대에 어린시절을 보냈을 많은 분들이 이 카메라에 찍혔을 만큼 대중적인 카메라이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20년이 훌쩍 지나 30년 가까이 되는 지금 오히려 그 시절보다 두터운 매니아층이 생겨 꾸준히 문의가 들어오고 자기 나이보다 많은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자랑스러워 하는 현상이 발생하고있다.  디지털이라는(마치 현재를를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속에서 느껴진)  건조함과 삭막함으로부터 몰려오는 싫증과 무력함에서 벗어나려 한다면 필름카메라의 한번쯤 아날로그적인 생각과 습관을 추천한다. 이 카메라를 만질 때 이걸 만든 사람들의 의도가 어렴풋이 느껴지며 2008년에 1970년대의 불편함이 어느 순간 나에게 익숙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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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내가 보아온 카메라 중에 가장 네모난 카메라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 의미없는 곡선은 완전 빼버린 디자인, 캐논은 지금도 저 Canon로고를 고집해 오고 있는데 이상하게 캐논 로고는 정이 안 간다. 요즘 제품과 비교 하는게 무리지만 요즘 제품엔 현대적이고 세련된 느낌이 나긴 하지만 디자인 자체는 옜날 제품들이 디자인적으로 훨씬 뛰어난거 같은 생각이 드는 나는 디자인의 "디"자도 모르는 사람.
QL은 Qucis Loading의 약자로 다른 카메라에 비해 필름을 빠르게 장착 할 수 있는 기능을 얘기 한다.



조리개 밝기가 1.7이다. 어두운 곳에서도 아웃포커싱 촬영시 아주 강한 렌즈이다. 렌즈 상단에 작은 유리창으로 노출이 측정된다.


자세히 보면 찾기도 힘들 정도로 깊이 숨어 있는 셀프타이머 작동 버튼과 초점 맞출 때는 금속 막대기를 이리저리 조절 하면 된다.


엄밀히 따지면 "셔터 스피드"우선 카메라가 아닌가 싶다. 조리개를 "A"로 설정해야 노출이 작동 되며 내부 노출은 바늘로 표시 해준다. Canonet은 Canon의 전신이다.


QL17구매시 CHECK버튼을 눌러 불이 잘 들어오나 아닌가 확인해야 한다.
사진 찍을 때 언제나 바라보는 익숙한 뒷모습,
이 뒷모습이 익숙해져야 사진도 잘 나오고 카메라에 대한 애정도 생기는데 말이야.



카메라가 내 손에 쥐어지기까지 모두 사연이 다르다.
그 다양한 사연만큼이나 다양한 사진과 다양한 이야기들
쉽게쓰고 쉽게 지우는 그런 이야기가 아닌
정성쓰레 쓰고 잘 쓰지 못 했다 하더라도 애착이 가는
그런 이야기들을 듣고 싶고 또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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